잔잔한 오후 햇살 속, 고요한 시골 마당을 비추는 카메라. 화면은 처음엔 평화롭기만 합니다. 바람에 살랑이는 풀잎, 살짝 흔들리는 나뭇잎 그림자. 그리고 조금 떨어진 배경, 집 앞 잔디 너머로 뭔가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건 다름 아닌 한 마리의 염소. 작고 귀여운 몸집, 귀는 쫑긋, 눈은 반짝. 처음엔 그냥 산책 중인가 싶지만, 곧 그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멀리서 한 사람—즉, 이 염소가 기다리던 주인이 나타나자, 염소는 말 그대로 전속력으로 폴짝폴짝 뛰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기쁨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사방을 튀어 오르며 몸을 흔들고, 그 작은 네 다리가 마치 스프링이라도 단 듯 허공을 가릅니다.
그 순간 염소의 표정은 말하지 않아도 너무도 선명했어요. “아! 여기 있었구나! 왜 이제야 나타난 거야!”
그 눈빛엔 사랑, 반가움, 약간의 서운함까지 오롯이 담겨 있었죠. 작은 몸은 크지 않지만, 마음만큼은 그 넓은 마당을 가득 채울 만큼 커 보였습니다. 그리고 염소가 점점 주인에게 가까워질수록, 그 들뜬 기운은 고스란히 화면 밖 우리에게도 전해졌어요.
레딧에선 이런 반응도 있었어요:
“이건 그냥 염소가 아니라, 제 영혼의 조각이에요. 저도 저렇게 누군가를 반기고 싶어요.”
그 말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이 염소의 질주는 단순한 반가움의 표현을 넘어, 누군가를 진심으로 기다렸다는 증거였고, 그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는 가장 순수한 방식의 축하였죠. 말도, 편지도 필요 없이요.
우리도 누군가를 이렇게 반겨본 적, 혹은 누군가가 우리를 이렇게 반겨준 적이 있었을까요? 너무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조차 인사를 건넬 타이밍을 재거나, 감정을 억누르게 되는 게 일상이 된 지금, 이 염소의 ‘폴짝 질주’는 오히려 우리가 잊고 있던 감정의 본능을 일깨워 줍니다.
때로는 말보다 먼저 다가가고, 체면보다 마음이 앞서는 것이 진짜 관계일지도 몰라요. 감정은 억누르기보다 표현해야 더 단단해지고, 나 자신도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니까요.
오늘 누군가가 떠오르셨다면, 용기 내어 먼저 인사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꼭 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천천히 걷는 걸음도, 마음이 앞선다면 충분히 닿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 마음속 염소도 어딘가에서 폴짝폴짝 뛰고 있을지도 몰라요.